뭐어, 지금 쓰고있으니까 다음 편은 꽤 빨리 올라올테지만, 그 다음 편은 과연...?
엽니다
도서관에서 ‘토’ 계열의 연금 마법에 관한 서적을 읽고 있었다. 이 세계의 물질 가공은 대부분 연금의 마법에 의해 이루어진다. 말은 연금이지만 원자, 분자의 분리와 재구성을 관장하기 떄문에 거의 대부분의 물질을 가공하는 데에 연금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 아마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몸이 대파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스퀘어’급 메이지의 연금 마법을 필요로 할 일도 있을 것이다. 서론을 다 읽고,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참에, 갈색 머리의 사서가 말을 걸어왔다.
“…흐응…. 당신, 엄청난 실력의 검사라면서요?”
“…그다지, 조금 전쟁에 익숙할 뿐이다.”
[겸손 떨 필요 없다구, 파트너. 이봐 아가씨, 이녀석은 걸물이라구? 보통이 아냐.]
“우왓, 검이 말을 해? 인텔리전스 소드까지 가지고 있어요, 당신?”
[뭐어, 말을 하는 거야 파트너가 아니라 내가 대단한 거지만.]
별로 흥미도 없는데 델 브링거 녀석이 멋대로 대답한다. 기본적으로는 의외로 수다가 없는 녀석이지만 한번 말문이 트이면 잘 멈추지 않는다.
“헤에…거기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그것도 사실이라구. 내가 보증하지.]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나.”
루이즈 외에는 내가 하르케기니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일을 말하지 않았을 터이다. 물론, 복식이 전혀 다르니까 위화감은 많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세계에서 날려왔다는 일을 생각하지는 않을 터이다.
“학원 전체에 소문이 퍼졌다구요? 정작 당사자는 도서관에만 있느라 모르는 모양이지만. 소문의 근원지는 라 발리에르 양인 것 같아요.”
“….”
[핫하! 역시 그날의 그게 퍽이나 감명깊었던 모양이구만? 나도 감동했다구.]
“흥미있나? 다른 세계에서 날아온 사역마가.”
“흥미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런 재밌는 얘기에.”
손가락을 휘두르며 말한다. 믿기 어려운 말일텐데도 딱히 비꼬는 듯한 말투는 아니다. 아마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거겠지. 꽤 의외의 반응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나는 기본적으로 이 세계 외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라서요.”
[좋은 마음가짐이야. 뭐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거지.]
“시끄럽다.”
“어떤 세계에요?”
사서는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로 흥미가 있다면 어쩌면 아군이 되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통성명은 하지.”
“크리스티나 조셉 폰 랭커스터. 크리스티라고 불러줘요.”
“제로 오메가. 제로로 좋다.”
그녀는 얘기를 재촉했다.
“과학이 발달한 세계다. 마법은 없고, 인간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어. 마력이 공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정화된 마력을 캐내어 가공한다.”
크리스티의 눈이 빛났다. 기술력에 관한 얘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천천히 기계문명의 발달과정을 설명했다.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무슨일이냐?!”
광장으로 뛰쳐나가자 그곳에는 흑발의 메이드 소녀가 울고 있었고, 그 발치에는 사역마로 보이는 거대한 두더지, 그리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금발의 메이지 소년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 실수긴 하지만 절대 고의는 아니라구…!”
“하지만 기쉬님이 주신 반지를 낀 뒤부터…!”
거대한 두더지는 흑발 메이드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보기에 딱히 좋은 광경은 아니다.
“으으, 제발 그만 두라구, 베르단데…!”
메이지 소년이 사정을 하자 그제서야 두더지는 조금 흥분한 기색을 가라앉혔다. 대체 무슨 일인건지 알 수조차 없다. 일단은 소녀가 피해자인 듯 보인다.
“이 세계의 귀족이란 모두 이렇게 색마인가? 사용인을 희롱하려 하다니.”
메이지 소년이 이 쪽을 쳐다본다. 꽤 화난 표정이다.
“…호오, 그대는 제로의 루이즈의 평민인가? 재미있군. 평민이 귀족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 제로의 루이즈의 사역마니만큼 교육도 되어있지 않은 모양이군.”
“본 그대로의 감상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내 주인에 대한 모욕은 그만 두는게 어떤가? 그녀가 낙제라고? 듣자하니 필기성적은 학년 톱클래스인 모양이던데.”
흐응, 하고 금발 소년이 손을 털었다.
“이번 일은 오해이기도 하지만 말이지…정말이지 귀족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평민이로군.”
아니꼽다는 듯이 장미를 흔들더니 그자리에서 손수건을 불러낸다. 에네르겐의 방향으로 봐서 아마 기숙사에서 불러온 것일 것이다.
“기쉬 드 그라몬, 제로의 사역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수건을 던졌다. …재미있군. 손수건을 집어들었다.
“장소, 시간은?”
“베스트리의 광장이다. 시에스타 양을 수습한 뒤에 그쪽으로 오도록.”
이라고 말하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
시에스타라고 불린 메이드 소녀를 일으켜 세우고, 주방으로 데려다 주려고 하자, 그녀가 발길을 멈췄다.
“아뇨. 저도 보겠어요. 저 때문에 결투하시게 되었으니까….”
“좋을 대로 해라. 베스트리의 광장은 어디지?”
뒤따라 달려온 크리스티에게 물었다. 도서관은 내팽개치고 이런 데 와도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서쪽의 부지에 있지만…괜찮은거야?”
“수도 없는 전쟁을 겪은 몸이다. 마법사 한 명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
베스트리의 광장은 학원 부지 내의 ‘풍’과 ‘화’의 탑 사이의 안뜰이다. 서쪽의 광장이라,
그러나, 소문을 들은 학생들로 광장은 넘쳐나고 있었다.
“제군, 결투다!”
기쉬가 장미 조화를 들어올렸다. 우와앗! 하고 함성이 허공을 메운다.
“기쉬가 결투다! 상대는 루이즈의 평민이야!”
이정도로 열렬한 반응인 것을 보면 아마 결투는 그다지 자주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을 가르치는 학원이다. 원생간의 결투는 금지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학원생이 아니니까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지만.
묘한 긴장감이, 둘 사이를 메운다.
“도망치지 않고 온 것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군.”
기쉬는 장미꽃을 만지며 노래하듯 말한다.
“흥….”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인파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구경꾼들을 제치고 루이즈가 달려왔다.
“이런 바보…! 무모해! 너 검사잖아? 상대는 메이지라구!”
루이즈가 등 뒤에서 외쳤다. 이쪽이라고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걸어오는 싸움을 굳이 흘려넘길 이유도 없다. 거기다 그녀석은 루이즈를 모욕했다. 내게는, 그것이 ‘그녀’에 대한 모욕으로 들려, 참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세계의 메이지가 어떤 전투를 하는지 데이터를 얻을 중요한 기회다. 상대는 학생일 테니 역량면에서도 이쪽이 우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꼬리내린 개처럼 물러서서야 영웅의 이름이 눈물을 흘린다.
“걱정 마라 루이즈. 나는 성공해서 귀환한다.”
뒤를 돌아,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간, 루이즈의 얼굴이 붉게 상기했다.
“무, 무무무무, 뭘…!”
루이즈가 말을 더듬는다. 무시하고 다시 뒤를 돌아 기쉬를 응시했다.
“그럼 시작할까.”
“좋아. 자네는 자네 방식으로 하게. 나는 메이지니만큼 마법을 쓰겠다. 불만 있나?”
“좋아.”
“그럼, 시작하지.”
그렇게 말하며 기쉬는 장미꽃을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낮췄다. 아마 저 장미꽃이 지팡이일 것이다.
오른손을 홀스터에 뻗자 홀스터로부터 제트세이버가 사출된다. 이제 이 몸은 오로지 병기. 주를 지키고 적을 섬멸하는 병기――. 왼손 문양이 빛나며 데이터가 흘러들어온다. 몸 전체의 무게 밸런스, 최대출력, 에네르겐의 방출위치.
그대로 에네르겐을 방출하자, 흰 그립으로부터 녹색 영롱한 검날이 삼각형을 이루며 뿜어져 나왔다. 풋 파트에 에네르겐을 집중해 그대로 땅을 박차고 에네르겐을 내뿜었다. 단숨에 접근한다.
순간, 눈 앞의 메이지에게 유효한 타격법 수십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시뮬레이션되었다 사라진다. 왼손의 문양이 보조하며 CPU가 하나씩 정보를 소거한다.
“…핫?!”
갑작스런 정보량에 당황해 발길이 머뭇거렸다. 그 작은 틈이, 큰 차이를 가져왔다.
“Alchemise, From Bronze in the land, to Inteligence mails…!”
기쉬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영창했다. 저정도의 주문을 영창하는 데에 수 초도 걸리지 않는다.
“와라, 발퀴리즈…!”
순간, 여성용의 갑옷의 형상을 한 청동 골렘이 열 개 등장했다. 아니, 정확히는 땅에 떨어진 장미꽃잎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그대로 돌격창을 들어 이쪽으로 질러온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랜스 차지다.
“합!”
기합을 내지르며 제트세이버를 휘둘러 첫번째 골렘을 베었다. 뒤로부터 골렘이 차지해오는 것을 몸을 숙여 회피했다.
[■■■■■――!]
골렘이 고함을 지르며 랜스를 휘둘렀다. 그대로 땅을 박차고 떠올라 몸을 회전시키며 제트세이버를 휘둘렀다. 회전력에 의해 가속된 제트세이버가 동시에 둘의 골렘을 베어넘겼다.
기쉬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지형을 바꾸고 있었다. 과연, ‘토’ 계열의 마법은 이렇게도 응용이 가능했던 건가, 하고 감탄하며 땅을 박찼다. 골렘 둘이 다가오는 것을 몸을 낮추며 베어넘기자, 땅 밑에서 빠르게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큿…!”
그대로 풋 파트에 에네르겐을 집중해 방출했다. 급가속에 의해 더해진 힘으로 이쪽을 향해 돌진해오는 흙벽을 꿰뚫었다.
기쉬 또한 이쪽의 운동성에 감탄하는 눈치였다. 이정도까지 반격해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왼손 또한 홀스터에 뻗자 홀스터로부터 또 한자루의 제트세이버가 사출됐다. 왼손에 쥐고 에네르겐을 방출하자 왼손의 룬이 다시 빛나며 제트세이버에 대한 정보가 CPU를 향해 흐른다. 이 룬은 아마도 무구와 전투술에 관한 룬인 것 같다.
“이도류를 쓴다고 달라질건 없을텐데…?”
[■■■■■――――――!!]
기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골렘 넷이 이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쪽으로 돌며 자세를 낮추자 머리위로 돌격창 네개가 한꺼번에 질러왔다. 그대로 왼발 축을 유지하며 뛰어올라 돌격창을 차올렸다.
[■■■!!]
동시에 제트세이버를 휘둘러 골렘을 베어내려 했으나 뒤에서부터 돌격창 셋이 동시에 허리를 노리며 질러왔다. 급히 몸을 오른쪽으로 던져 돌격창을 피하며 왼손을 휘둘러 앞의 골렘 둘을 베었다.
“Press Down Object by Increased Gravity!”
기쉬가 주문을 영창하자 사방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이 몸을 짓눌렀다. 과연, 중력제어를 역으로 이용한 압박인가…! 시각센서를 에네르겐 가시모드로 바꾸자 주변의 에네르겐 밀집지역이 짙은 황색으로 표기된다.
풋 파트로부터 에네르기를 방출하며 기쉬를 향해 조금씩 접근했다. 하지만 증가된 중력이 몸을 계속해서 짓누르기에 그다지 빠른 속도로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골렘 다섯이 이쪽을 향해 돌격창을 질러온다…!
[나를 뽑아라, 파트너!]
순간, 델 브링거가 외쳤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됐으니까 적당히 뽑아…!]
눈을 질끈 감고 왼손의 제트세이버를 떨어뜨린 뒤, 억지로 왼손을 들어 등 뒤의 칼집에서 델 브링거를 뽑아 그대로 짙은 황색의 허공을 베었다. 순간, 에네르겐 밀집지역이 해체되며 몸이 가벼워졌다.
“뭣, 중력압박을 베어냈다고…?!”
기쉬가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외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놀란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델 브링거를 휘두르는 순간 밀집되어 있던 에네르겐이 파쇄됐다. 에네르겐을 다루는 것이 전문인 마법사라면 놀라지 않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는지 다음 영창으로 흙의 장벽을 만들어 이쪽을 압박해왔다. 오른손의 제트세이버를 휘둘러 남은 골렘을 베어내고 왼손의 델 브링거를 역수로 고쳐 쥐며 에네르겐을 집중했다. 그대로 휘둘러 에네르겐을 방출하자 거대한 검풍이 흙의 장벽을 파쇄했다.
기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골렘 넷이 이쪽을 향해 직선으로 돌격해왔다.
[■■■■■!!]
“좋은 솜씨다, 메이지…!”
자세를 낮추고 속도를 유지하며 골렘을 향해 날았다. 그대로 왼손을 내질러 델 브링거로 골렘 둘을 베었다. 골렘이 든 랜스가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신경계와 관절계는 손상을 입지 않았지만 밸런스 유지가 힘들다.
“크읏…!”
기쉬가 지팡이를 휘둘러 떨어진 장미꽃잎이 수십의 청동검이 되어 이 쪽을 향해 날아왔다. 밸런스가 무너진 왼팔로는 쳐내는 것은 무리, 왼 어깨를 보호하며 오른팔로 적중타만을 베어넘겼다. 그와 동시에 기쉬가 흙의 장벽을 겹겹이 쌓았다. 그대로 풋 파트에 에네르겐을 집중해 높게 뛰어올랐다. 기쉬가 지팡이를 휘둘러 청동의 검을 쏘아올렸다.
“합!”
기합을 내뱉으며 몸을 비틀어 청동검을 피했다.
날아오는 이격째의 청동검이 허리를 스쳤다.
그대로 회전하며 기쉬를 향해 날아들었다.
날아오는 삼격째의 청동검이 왼 어깨를 스쳤다.
자세를 낮추며 땅을 날아 더욱 더 고속으로 접근한다―――.
기쉬가 지팡이를 휘둘러 장미꽃잎을 떨구자 땅에서부터 크리스털의 장벽이 높게 솟아올랐다. 하지만 저런 것쯤 얼마든 베어주마…!
챙, 하는 소리가 나며 크리스털이 깨어져 흩어졌다. 오른손의 제트세이버를 기쉬에게 들이대는 기쉬가 팔을 들어 장미꽃 지팡이를 제로에게 겨누었다. 허나 기쉬의 영창은 제트세이버가 그 형태를 변환하는 것보다 빠르지 못할 것이다.
“…항복하겠는가, 기쉬 드 그라몬이여.”
“좋은 승부였다. 패배를 인정하지―――라 발리에르의 사역마여.”
붉은 바람이 불었다.
푸른 바람이 불었다.
제로와 기쉬 두 사람의 금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두 사람이 서로의 무장을 해제하고 몸을 털기 시작했을 때 기쉬의 사역마가 눈망울을 빛내며 깨져 흩어진 크리스털 조각에 달려들었다.
“하…?”
뭐지, 이건…꽤나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저 사역마는 메이드 소녀에게 달라붙었던 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오해라고 했잖은가. 나의 사역마 베르단데는 보석을 좋아하지. 시에스타 양에게 선물한 저 반지가 모든 일의 원인이다. 아아…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 청동의 기쉬도 판단력이 많이 흐려졌군.”
기쉬의 말에 주변의 모두가 넋을 잃었다. 뭐야, 이건…?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나 어이없는 상황이 있을까.
“아….”
시에스타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고,
“뭐야, 저 바보들…!”
루이즈가 화를 내며 얼굴을 붉혔으며,
“하앙―….”
키르케가 왠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고,
“아…?”
크리스티는 왠지 제로의 뚫린 어깨로부터 새어나오는 에네르겐과 관절부위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네 명의 여자가 당황하고 화를 내고 넋을 잃어버린 동안, 또다시 인파를 헤치고 말린 금발의 주근께 소녀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왠지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가있다.
“아아 그러네, 기쉬…!”
“모, 몽모랑시?!”
금발 롤머리 소녀 몽모랑시는 화 난 기색을 감추지도 않으며 큰 걸음걸이로 기쉬를 향해 차근차근 걸었다. 기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간다.
“그래, 네가 저 메이드에게 반지를 줬다는 거지…?!”
“아아, 오해야, 몽모랑시…!”
“시끄러워!!!”
몽모랑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기쉬가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아마 주변의 습기를 모아 숨이라도 막은 모양이다. 제로는 델 브링거를 칼집에 넣으며 생각했다.
“이건…….”
올드 오스만은 창가에 서서 베스트리의 광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붉은 옷을 입은 ‘제로’라는 소년, 그의 움직임은 보통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대인 기쉬 드 그라몬은 비록 학생이라고는 하나 2년생 중 몇 되지 않는 ‘라인’급의 메이지이며, 특히나 마법전투에서는 특유의 센스와 빠른 영창으로 학원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이다. 비록 교칙으로 결투가 금지되어 있기는 하나, 교과시간의 마법전투에서는 항상 학년 상위권이었던 그다.
“미스터 콜베르, 봤는가?”
“예, 올드 오스만! 저 소년은 확실히…! 이건 왕실에 알려야 합니다!”
“그만 두게, 미스터 콜베르.”
“…네?! 하지만……!”
오스만 옹이 표정을 굳히자 콜베르는 말을 멈추었다. 오스만 옹의 눈이 광채를 띠었다. 노인의 눈빛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미스터 콜베르. 자네는 ‘간달브’가 보통의 사역마라고 생각하는가?”
“그야, 허무의 마법사였다고 칭해지는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입니다! 보통의 사역마일리가….”
“그렇다면 그 간달브 소년의 주인인 라 발리에르 양은?”
“보통 이하의, 실기 낙제점 마법사입니다. 필기는 우수하지만….”
“하지만 허무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얼마 전 수업시간에 저 제로라는 소년이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더군.”
“…!”
콜베르가 얼굴에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왕실에 알려서는 아니되네. 왕궁의 멍청이들이 간달브와 허무를 손에 넣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예, 올드 오스만.”
“흐응, 그렇다는거지…?”
문 밖에서 미스 롱빌이 서류를 안고 웃고 있었다.
왼쪽 어깨와 바디 전체의 파손이 꽤 심하다. 뚫린 어깨와 허리로부터 관절부위가 외부에 다 드러나고 있다. 파손부위를 본 루이즈들이 모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기쉬가 몽모랑시에게 붙들려 어딘가로 끌려가는 모습이 사라지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크게 웃으며 자신들의 기숙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루이즈, 기숙사로 돌아가라. 곧 따라가지.”
“아, 제, 제로…!”
“괜찮다. 이 정도는.”
“하지만…!”
제로는 할 수 없다는 듯, 루이즈에게 따라와도 좋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서관을 향하는 크리스티를 불렀다.
“너, 우리 세계의 기술에 관심이 있었지? …협력해라, 알고 있는 지식 내에서라면 나도 협력하지.”
“…흐응, 그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데?”
크리스티와 루이즈에게 어깨를 기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불안정해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질 우려가 있다.
“저도 가겠어요!”
“나를 빼놓는거야?”
뒤로부터 시에스타와 키르케가 따라왔다. 제로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도서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인기 좋구만, 파트너?]
델 브링거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태클을 걸 기운도 남지 않았는지 제로는 그저 묵묵히 걸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바디와 암 파트의 수복에 필요한 부품의 설계와 그 원재료가 되는 광물의 원자구조를 크리스티에게 가능한한 상세히 설명했다.
“응, 대량은 무리겠지만 파손부위를 수복할 만큼은 연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에스타 양, 적당히 커다란 돌덩이를 여러 개 주워 와 줄래요? 셀프스트 양도 부탁해요.”
“아, 네…!”
“흐응, 잡일이야…? 뭐, 어쩔 수 없나.”
시에스타는 절박히 대답하며, 키르케는 불만인듯한 말을 내뱉으며 도서관 밖을 향했다. 크리스티가 제로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당신, 인간이 아니었을 줄은….”
“…그렇게 됐다.”
“제로 너, 진짜로 인간이 아니었던 거야?”
루이즈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믿을 수 없어, 이렇게나 정교한 기계인형이라니…! 라고 말하며 루이즈는 신음을 내뱉었다.
[뭐어, 그렇다구. 너도 메이지 나부랭이라면 느꼈겠지? 파트너가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을 직접 뿜어내는 걸.]
“확실히….”
크리스티가 델 브링거의 말을 듣고는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시에스타와 키르케가 돌멩이를 수북히 주워왔고, 크리스티와 키르케가 주워온 돌덩이를 연금하기 시작했다. 연금이 불가능한 루이즈는 연금된 부속품을 제로의 몸과 대비하며 끼워 맞추고, 불안정하게 연결된 부분을 붕대로 감아 고정했다. 장장 10시간이 걸린 대수술로 보조를 하던 시에스타와 루이즈도, 연금과 부속의 제조를 하던 키르케와 크리스티도 지쳐 쓰러졌다.
“…좋아, 다 된 것 같아.”
루이즈와 크리스티가 동시에 제로에게서 손을 떼었다.
좌측 암 파트, 링커블, 신경계, 관절계, 밸런스부 올 그린. 바디 파트 신경계, 관절계, 밸런스부 올 그린. 조금 느슨한 기분이 들지만 허용범위다.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링커블.
“훌륭한 솜씨다. 움직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군. 세부 관절은 좀더 조율을 해야겠지만.”
“후우….”
모두들 안심한 듯한 신음을 내뱉는다. 어느새 두개의 달이 하늘에 걸렸다. 키르케는 기숙사로 사라졌고, 크리스티 역시 도서관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자, 제로.”
“알겠다.”
루이즈가 도서관을 나섰고, 제로가 그 뒤를 따랐다. 그때 시에스타가 제로를 붙잡았다.
“…무슨 일이지?”
“아니, 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싶어서.”
“별 것 아니다. 이런 것으로 감사인사를 들어봐야.”
“아니, 그렇다곤 해도, 저 때문에 뛰어나오셨고….”
“뭐어, 익숙하니까 말이지. 아무튼 학원에서 일 할 때에는 조심하도록, 복색으로 봐서 아마 평민인 것 같지만…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표적이 되기 쉬우니까.”
“하, 아, 네엣?!”
이쪽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시에스타는 왠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왠지 안절부절하며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아, 으,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도서관의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뭔가 잘못 말한걸까, 하고 갸우뚱해 있었는데, “넌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하는거야!” 라고 소리치며 루이즈가 발등을 밟았다.
“있지, 너, 정말로 다른 세계에서 온 거지?”
“…그렇다. 지금까지 한 소리는 귓등으로 흘려들은건가?”
“아아, 지금 그게 주인님께 할 말투야?!”
루이즈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창문 사이로 붉고 푸른 달빛이 방 안을 비쳤다.
“돌아가고 싶어?”
“괜찮다. 어차피 나는 거기서 사라졌을 운명, 사라졌을 존재가 다시 생을 얻은것만으로도 충분히 규칙 위반 아닌가.”
뻔히 보이는, 거짓말조차 되지 못하는 거짓말을 한다.
“…응, 그래….”
그래서 루이즈는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 거짓말 속에 담긴 의미를 너무나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대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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